IRC에 대한 추억, 그리고 슬랙

개발자들은 오래전부터 IRC라는 공개된 채팅을 이용해 많은 것을 공유해왔다. 채팅방에 하루종일 머무르면서 대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같이 보면서 정보를 습득해왔다. 채팅방에 내용을 적으면 거기에 접속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주제의 채팅방에 모두 접속해 놓고 다른 사람의 대화를 모니터링 하고는 했다. 한 채팅방에 몇백명의 사용자들이 각자의 닉네임으로 접속해 있었고 서로에게 쪽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메신저가 필요하지 않았다.

업계의 소식도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이보다 빠른 정보의 통로는 없었다. 어느날은 IDC 어디에서 불이 났고 불끄고 있다는 대화를 나누는게 보였을 정도로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다.

접속방법은 간단했다. IRC에 접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어느 서버에 접속할지 지정만 해주면 로그인이라는 과정없이 그냥 접속을 할 수 있었다.

일부 IRC 접속 프로그램은 스크립트언어를 오래전부터 지원해서 개발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플러그인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었고 필요로 하는 기능들을 직접 만들어서 배포했다. 그렇게 직접 만들어서 채팅방을 계산기로 쓰는 사람도 있었고 명령어 하나로 인터넷 속도를 체크해 주거나 채팅에서 퀴즈를 내고 맞히면 점수를 알려주는 기능도 만들고 타자게임도 만들어서 모두가 이용하고 그랬다. 거기에 내 파일들을 조회해서 다른사람이 다운로드 받게 하는 기능도 흔했기 때문에 온갖 자료를 공유할 수 있었다. 개발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기능을 마음껏 붙일 수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를 위한 채팅방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울티마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IRC를 많이 썼기 때문에 게이머와 해커, 그리고 개발자들이 IRC를 이용했다.

이게 다 10년전 이야기다.

아직도 해외에는 IRC채팅방이 있지만 이제는 슬랙이라는 서비스가 그 영역을 대체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슬랙이 유행하고 있다길래 처음엔 뭔지 모르고 그냥 회사용 소셜네트워크나 페이스북 같은건가 싶었다. 슬랙에 접속을 하면 채팅방처럼 생긴 인터페이스를 볼 수 있다. 그리고 IRC에서 개발자들이 했던 것처럼 다양한 플러그인들을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IRC의 웹버전을 만드려고 했던 것 같다.

개발자라면 슬랙을 좋아할 것 같다. 채팅이기 때문에 좀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하고 각종 플러그인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하고는 또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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